우리가 AI 뉴스 앞에서 막막해지는 진짜 이유

둘 다 AI를 주어로 놓고 인간을 객체로 만든다. 그게 핵심 조작이다.

Share
우리가 AI 뉴스 앞에서 막막해지는 진짜 이유
Photo by Unsplash

주어를 잃어버린 사람들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뉴스를 읽다 보면 묘한 감각에 사로잡힌다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떤 날은 두려움이 밀려오고, 어떤 날은 벅찬 기대감이 차오릅니다. 하지만 감정의 양극단을 오간 뒤 남는 상태는 기이하게도 비슷합니다. 멍해지고, 막막해지며, 결국 무언가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 과정에서 언어와 미디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만나본 결과, 해답은 언론이 AI를 다루는 '문장의 구조'에 있었습니다.

공포와 희망의 구조는 같다

"AI가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AI가 암을 정복한다."

하나는 공포를, 다른 하나는 희망을 말합니다. 감정의 방향은 정반대지만 문장 구조는 완전히 같습니다. 이 두 문장에서 행동을 이끌고 세상을 바꾸는 '주어'는 모두 AI입니다. 반면 인간이나 우리의 삶은 철저히 '목적어' 자리로 밀려나 있습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사 쓰기 방식이 사람들의 인식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끈다고 밝혔습니다. 기술이 사회 변화를 전적으로 이끈다는 '기술 결정론(Technological Determinism)'의 시각이 뉴스 문장에 그대로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기사의 주어 자리를 차지한 AI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전능한 주체로 그려집니다. 반면 목적어가 된 인간은 기술이 주는 혜택을 얌전히 기다리거나, 기술이 불러올 어려움을 묵묵히 견뎌야 하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우리가 AI 기사를 읽고 막막함을 느끼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를 잃을까 봐서가 아닙니다. 다가올 미래에서 우리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힘(통제력)을 잃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주어 자리를 되찾아야 할 때

과거 증기기관이나 인터넷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도 비슷한 두려움과 희망이 엇갈렸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사회적 논의는 결국 '우리가 이 기술을 어떻게 쓸 것인가'로 모였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문장의 구조를 다시 짜는 일입니다.

  • "AI가 암을 정복한다" 대신 "의료진이 AI를 써서 암 치료의 새 길을 찾았다"로
  •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 대신 "기업이 AI를 들여와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로

관점과 시야를 옮겨야 합니다. AI는 분명 강력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스스로 목적을 세우거나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뉴스에서 서술하는 주어가 AI에 머무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무기력함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문장의 주어 자리를 다시 인간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언론과 사회가 함께 던져야 할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우리가 AI로 무엇을 할 것인가'입니다.


Nextage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