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령층의 삶에 스며들다

인공지능은 분명 고령층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가졌다. 그러나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려면, 기술을 만드는 단계부터 고령층을 고려하는 '포용적 설계(Inclusive Design)'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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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고령층의 삶에 스며들다

'디지털 장벽'과 '새로운 반려자' 사이에서

아침 7시, 일흔여덟의 김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공에 말을 건넨다. "오늘 날씨 어때?" 탁자 위의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맑고 따뜻한 날씨를 알리며, 잊지 말고 혈압약을 챙겨 먹으라고 덧붙인다. 홀로 지내는 김 할머니에게 AI는 매일 아침 안부를 묻는 유일한 말벗이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집 근처 식당을 찾은 김 할머니는 주문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화면 속 AI 챗봇이 메뉴를 추천하며 말을 걸어왔지만, 복잡한 화면 앞에서 무엇을 눌러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의 일상 풍경을 바꾸고 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고령층은 AI를 생명을 구하는 '새로운 반려자'로 맞이하기도 하고, 넘기 힘든 '디지털 장벽'으로 마주하기도 한다.

돌봄의 공백을 채우는 '안전망'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AI는 돌봄의 빈자리를 채우는 중요한 도구로 떠올랐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독거노인 가구에 AI 스피커와 반려 로봇을 보급하는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자료를 종합하면, 노인 돌봄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 기기들은 단순한 대화 상대를 넘어 생명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

  • 응급 상황 대처: 평소와 다른 목소리 톤을 감지하거나, "살려줘", "아파" 같은 구조 요청을 들으면 즉시 119나 관제센터로 상황을 알린다.
  • 일상생활 보조: 정해진 시간에 약 복용을 안내하고 치매 예방을 위한 가벼운 대화와 퀴즈를 수행한다.
"AI 기기를 도입한 후 홀로 지내는 어르신의 응급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대처한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 수도권의 한 지자체 노인복지 담당자가 밝혔다.

이는 기술이 사람의 물리적 한계를 돕는 대표적인 긍정적 사례다.

더 높아진 기술의 문턱, 소외되는 노인들

반면, AI의 발전이 고령층을 사회에서 더 멀어지게 만든다는 우려도 있다. 기존의 터치스크린 방식 무인 단말기(키오스크)에 적응하기도 전에, 대화형 AI와 복잡한 알고리즘 기반의 앱이 일상 곳곳에 들어왔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전체 국민 평균을 크게 밑돈다. 젊은 세대에게 AI는 일의 속도를 높여주는 편리한 도구지만,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조차 다루기 어려운 고령층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존재다.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만난 박 할아버지(81)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계가 사람처럼 말을 하니까 신기하면서도, 내가 말을 잘못해서 기계가 고장 날까 봐 겁이 납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사용자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면서, 새로운 형태의 정보 소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의 온도'

기술적 접근성 외에 윤리적인 물음도 남는다. AI가 사람의 돌봄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을까? 다수의 사회학 전문가들은 AI가 보조적인 수단일 뿐,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정서적 교류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기계가 제공하는 편리함이 사람 간의 만남을 단절시키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령층이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성도 존재한다.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말하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은 정보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건강이나 의료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는 곧바로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기술을 향해

인공지능은 분명 고령층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가졌다. 그러나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려면, 기술을 만드는 단계부터 고령층을 고려하는 '포용적 설계(Inclusive Design)'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음성 인식의 정확도를 높일 때 노인의 느린 말투나 사투리를 반영하고, 복잡한 기능 대신 직관적이고 단순한 화면을 제공하는 식의 고민이 필요하다. AI가 우리 사회의 단절을 부추기는 장벽이 될지,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될지는 결국 기술을 개발하고 제도를 만드는 '사람'의 몫이다.

고령층의 AI 기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 사회나 정책 입안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넥스테이지는 보이는 사실보다, 보이지 않는 구조를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