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노조와 싸운다"는 뉴스, 우리가 놓친 것

우리가 아는 뉴스는 이렇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다. 5월 21일부터 18일간. 언론은 일제히 같은 구도로 보도했다. "노사 협상 결렬", "파업 시 수십조 손실", "국가 경제 위기". 뉴스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삼성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도 흔들리는 거 아닐까.
그런데 잠깐. 그 뉴스를 읽으면서 당신은 무엇에 집중했는가.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직원 2만 7,000명에게 연봉의 607% 수준 성과급을 제안했다. 반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로직 반도체 부문 직원에게는 50~100%를 제안했다. First News
노조는 이에 반발해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할당할 것을 요구했다. JP모건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의 영업이익에 21조~31조원의 손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정했다. Newspim
대부분의 보도는 여기까지다. 협상이 결렬됐고, 파업이 예고됐고, 손실이 얼마다.
이 뉴스가 본격적으로 터진 날짜를 보자. 5월 16일, 로이터가 '내부 협상 회의록'을 단독 입수해 메모리 607% 대 파운드리 50~100%라는 숫자를 공개했다. 그리고 5월 20일 오늘, 삼성이 신청한 파업 금지 가처분 판결이 예정돼 있다.
언론 보도 시점이 가처분 판결 나흘 전이다.
회의록은 누가, 왜, 이 시점에 로이터에 넘겼는가. 이 질문을 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보도는 숫자의 충격에 집중했고, 독자는 '607% 대 50%'라는 격차에 분노하거나 공감하며 반응했다. 그 반응이 어느 방향이었든, 프레임은 이미 세팅돼 있었다. "노사 갈등"이라는 프레임.
그런데 이 사안의 진짜 축은 노사 갈등이 아니다.
노조 측은 이러한 성과급 격차가 시스템 반도체 직원들의 메모리 사업부 이직이나 타사 유출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파업의 본질은 돈 싸움이 아니라 삼성의 미래 전략 문제다. Namu Wiki
삼성전자는 '메모리 1등'으로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AI 시대의 반도체 패권은 메모리만으로 결판나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칩을 누가 만들어주는가, 애플의 AP를 누가 생산하는가 — 그게 파운드리다. 삼성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공언해온 이유다.
로직 부문 직원은 테슬라와 엔비디아용 AI 칩 생산에 관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해당 부문이 최근 수년간 수조 원대 손실을 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성과급 차등 지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Mt
사측의 논리는 단순하다. 적자 부서에 왜 성과급을 주는가. 하지만 파운드리는 왜 적자인가. 삼성이 경쟁사 TSMC보다 수율이 낮고, 고객사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실패의 책임은 전략을 짠 경영진에게 있다. 실패한 전략의 결과를 현장 엔지니어 임금에 전가하는 구조, 이것이 이 파업의 실제 구조다.
이 패턴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 한국 조선업이 전성기를 누릴 때도, 해운업이 무너질 때도, 현장 노동자의 임금은 경영진의 전략 실패를 가장 먼저 흡수하는 완충재였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면서 삼성 내 불만이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직원은 이미 메모리 부문이나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로 이동하고 있다. 이직이 시작됐다는 것은, 이미 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First News
우리는 삼성전자 파업 뉴스를 볼 때 왜 파운드리 직원의 이름이 아니라 주가와 손실액을 먼저 검색하는가.
이 질문이 불편하다면, 그 불편함이 정확히 이 보고서가 말하려는 것이다.
이 파업의 진짜 피고는 노조도, 경영진도 아니다. 수조 원 적자를 낸 전략을 짜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